[박꽃의 영화뜰] ‘검은 사제들’ 대중성과 ‘사바하’ 개성 사이 ‘파묘’

ai주식/주식ai : ※ 주의 : 영화 ‘파묘’의 주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주식 : 장재현 감독의 데뷔작 ‘검은 사제들’(2015)은 신선함 그 자체였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시작된 오컬트 장르가 국내 작품에 제대로 접목된 사례가 거의 없었던 만큼 장르마니아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강동원이라는 스타 배우에게 사제복을 입히고 구마 의식을 치르게 하면서 대중적인 볼거리를 확보했고, 훗날 ‘기생충’에 출연하게 되는 박소담이 신인 배우로 등장해 섬뜩할 만큼 극적인 빙의 연기를 선보이는 등 화제에 오르며 540만 관객을 돌파했다.

‘검은 사제들’로 업계에 확실한 인상을 각인한 장 감독이 내놓은 두 번째 연출작 역시 ‘사바하’(2019)라는 종교 기반 오컬트 작품이었다. 흥행에 성공한 ‘검은 사제들’이 실상 ‘엑소시스트’(1973)에서 시작해 ‘컨저링’ 시리즈로 확장된 할리우드 오컬트 호러물의 전형을 따른 평이한 이야기 구조를 지녔다면, ‘사바하’는 감독이 중요하게 생각한 서사와 본질적인 감정에 보다 집중했다. 한국적인 종교인 불교를 토대로 인물 중심의 미스터리를 진척시켰고 배우 박정민을 필두로 주인공의 공허함과 외로움을 표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

공교롭게도, 대중은 ‘사바하’를 ‘검은 사제들’만큼 좋아하지는 않았다. 장르 특유의 말초적 재미를 기대했던 관객에게 예상외로 무거워진 ‘사바하’의 정서가 일종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제작비 100억 원가량을 들인 것으로 알려진 ‘사바하’는 손익분기점에 거의 근접한 정도에서 극장 상영을 마치는 데 그쳤다. 장 감독의 고민이 시작된 것도, 아마 이쯤일 것이다. ‘검은 사제들’의 대중성과 ‘사바하’의 개성 사이 어딘가, 세 번째 작품에서는 그 정확한 지점을 겨냥해야 한다는 것을.

세 번째 연출작 ‘파묘’는 그 지점을 명확히 겨냥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잘 다루는 오컬트 장르와 종교, 토속신앙을 엮어 흥미로운 미스터리를 구축했다는 건 앞선 작품들과 공통적이다.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이 한데 모여 ‘험한 것이 들어있다’고 알려진 의문의 무덤을 파내고, 그 과정에서 기이하고 공포스러운 현상을 겪게 된다는 전개는 풍수지리와 오행에 깊은 관심을 둔 한국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궁금해하지 않기 어려운 이야기다. 화려한 쇼처럼 펼쳐지는 김고은의 굿판에 시청각적 감각이 매료되는 건 덤이다. 한 차례 파묘한 땅에서 대형 관이 또다시 발견되는 대목에 이르면 다음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이 최고조에 이른다.

이 관이 한반도의 정기를 끊어놓은 일본 장군의 것이라는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부터는, 다소 평이 갈린다. ‘파묘’는 풍수사 상덕(최민식)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일제강점기라는 국민의 보편적 기억을 소환하는 쪽을 택했다. 위험천만한 일에서 이제 그만 발을 빼도 그만이기에, 구태여 일본 장군의 정령을 물리치러 나서는 그의 행동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 한 합당한 이유가 필요했을 것이다. 평생 땅 고르는 일을 업으로 삼아온 이 시대의 마지막 풍수사 상덕의 소명은 한때 일제에 빼앗겼던 우리 땅을 온전히 후손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선배 세대로서의 의지와 결합해 명료한 행동동기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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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면에서 ‘곡성’과 같은 공포를 기대한 관객입장에서는 의아하고 아쉬울 수 있는 지점이라는 데 동의한다. 오컬트, 미스터리물로 쭉쭉 직진해나가던 영화가 갑자기 ‘암살’이나 ‘밀정’에 나올 법한 일제강점기 배경의 민족정서에 의지하려는 듯한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다만 장 감독은 이 같은 우려를 이미 충분히 예상했다고 본다. 때문에 장의사 영근(유해진) 캐릭터를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설정했고, ‘일제가 땅에 말뚝 박았다는 말을 아직도 믿느냐, 여태까지 잘만 살지 않았느냐’는 식의 논리적인 반박을 하도록 했다. 민족정서를 일종의 기초논리로 삼되, 그 위에 두 주인공의 ‘우정’과 ‘직업의식’을 얹어 합당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시장은 관객이 장 감독의 선택을 신뢰하고 지지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파묘’는 개봉 11일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독보적인 흥행 기세를 보이고 있다. 웬만하면 극장에 나서지 않는 까다로운 대중을 이만큼 움직였다는 건 한국영화업계가 관객을 만족시키기 한층 어려워진 최근 상황에서 평가하지 않을 수 없는 성취다. 무엇보다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를 거치며 ‘내가 좋아하는 장르를 연출하되 뭇 사람들도 두루 함께 좋아할 수 있는 영화’가 무엇인지 고민한 한 창작자의 감각과 실행력이 빛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파묘’의 성공이 더욱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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