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대표 전격 사퇴…정의당, 선거연합정당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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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 :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6일 전격 사퇴했다. 진보 진영 선거연합정당을 창당하기 위해 물꼬를 트기 위함이다. 당내에서는 ‘운동권 정당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에 참석해 “오늘로 저를 비롯한 정의당 7기 대표단은 물러난다”면서 “더 단단해질 정의당, 더 넓어질 정의당을 위한 결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제 전국위원회에서 결정한 신당 추진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더 과감히 전국위 결의를 수행하도록 길을 트는 당의 체제 전환과 개편”이라면서 “저와 7기 대표단 모두는 당의 일원으로 이번 전국위 결의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어디에 서 있더라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5일 정의당은 전국위원회에서 ‘혁신 재창당 안건’을 의결했다. 민주노총 등 노동 세력, 녹색당·진보당·노동당, 지역 정당 등 제3의 정치세력과 ‘연합정당’ 형태로 총선을 함께 치르는 방안이 주요 내용이다.

이 대표는 “신당 추진 비대위는 전날 정의당이 결정한 생태, 평등, 돌봄의 사회국가 비전을 국민들과 소통하고, 총선 승리를 위한 선거연합정당 추진을 빠르게 진행해 12월 안에 그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면서 “다양한 이견과 우려를 표했던 모든 분들도 이제는 단결하고 실천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당분간 배진교 원내대표의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원내대표가 구성하고 오는 19일 전국위에서 비대위 구성안을 추인할 예정이다. 재창당대회는 다음 달 3일로 예정돼 있다.

정의당이 추진하는 선거연합정당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창당됐던 ‘더불어시민당’과 유사한 ‘플랫폼 정당’이다. 노동당, 진보당 등 다른 진보정당들도 이 정당에 입당해 독자 정당의 이름이 아닌 연합정당의 이름으로 지역구 출마, 비례 공천 등을 시도할 예정이다. 선거가 끝나면 21대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했던 시대전환, 기본소득당 등과 마찬가지로 연합정당을 떠나 독자적으로 활동한다. 이번 연합정당은 비례대표뿐 아니라 지역구에서도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점은 더불어시민당과 중요한 차이점이다.

정의당은 지난 총선 당시 나타난 정당 지지도에 비하면 지지도가 크게 떨어졌지만 진보 정당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도를 기록중이고 원내 의석수도 가장 많다. 이에 따라 정의당이 진보 진영 내 ‘플랫폼 정당’ 창당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거연합정당이 성공하려면 정의당 내 지지는 물론 다른 정당의 참여가 필수다. 지금까지 논의 과정을 보면 녹색당은 선거연합정당 참여에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정당의 참여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특히 진보정당 가운데 정의당보다 많은 수의 당원을 확보하고 있는 진보당의 참여가 중요하다.

그런데 진보당은 21대 국회에서 정의당과는 다른 노선을 걸어왔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입장, 검찰 독재에 대한 입장에서 확연한 차이가 드러났다. 정의당은 검찰 독재 문제에 대해 다소 수세적인 입장이었던 반면 진보당은 정책당대회에서 ‘검사장 직선제’를 1호 정책으로 채택했다. 진보당 입장에서는 정의당이 추진하는 선거연합정당에 참여하면 검찰 개혁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층이 정의당 효과로 인해 떨어져 나갈지 아니면 정의당 효과로 검찰 개혁을 중요한 개혁 과제로 여기지 않았던 진보 유권자층 표까지 획득할 수 있을지 손익 계산을 해봐야 한다. 현 상황에서 진보당이 이 선거연합정당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민주노총의 경우 이미 역대 총선에서 정의당을 통해 원내 진출한 사례가 있었다. 21대 총선에서도 서울교통공사 노조 출신 이은주 의원이 정의당을 통해 원내에 입성했다. 류호정 의원도 민주노총 출신이다. 민주노총은 정당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 방식대로 민주노총 출신 인사가 공천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선거연합정당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진보당의 영향력이 강한 민주노총이 이 연합정당을 배타적으로 공개 지지를 선언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이 선거연합정당이 ‘이준석 신당’을 매개로 국민의힘에 포괄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변수다. 이정미 전 대표는 지난달 말 금태섭 신당, 이준석 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어떤 판단도, 예단도 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과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뒤 ‘화합 이벤트’를 통해 비윤, 반윤 유권자를 국민의힘 지지로 견인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준석 신당 창당이 과거와 같은 경로를 따라 윤석열 빅텐트 참여로 연결될 경우 진보정당 지지 계층 일부가 이준석 신당과의 연대를 매개로 국민의힘으로 포괄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이준석 전 대표의 정확한 의도는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전 대표의 의도와 무관하게 이준석 신당과의 연대가 검토되기만 해도 진보 진영 선거연합정당 참여 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정의당 내에서는 선거연합정당 창당에 대해 “운동권 모임이 될 것”이라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류호정·장혜영 의원이 주축인 당내 모임 ‘세 번째 권력’은 “이정미 지도부의 사퇴는 길을 못 찾고 헤매다가 지옥문을 열고서는 발을 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선거연합정당은) 운동권의 자족적 연합”이라면서 “위성정당 창당의 명분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 번째 권력’이 그동안 금태섭 신당 등에 관심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진보정당 중심의 선거연합정당과 결이 다른 것도 사실이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22대 총선 선거제도도 변수다. 선거연합정당은 ‘연동형 비례제’가 실시될 때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현재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중심으로 병립형 선거제도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연동형 비례제’가 그대로 존속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병립형 선거제가 도입된다고 해도 선거연합정당의 이름으로 지역구 후보자로 출마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연합정당의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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