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세터' 김호철 IBK 감독, 장신 공격수 대신 세터 뽑은 이유

V리그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IBK기업은행에 지명된 중국 출신 세터 천신통. 사진=KOVO[제주=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여자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의 김호철 감독은 아시아쿼터 드래프트를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 원래 계획은 지난 시즌 활약한 태국 국가대표 세터 폰푼 게드파르드와 올 시즌도 함께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폰푼이 드래프트를 앞두고 갑자기 재계약을 포기하면서 김호철 감독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당장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다시 세터를 뽑을지, 아니면 다른 포지션을 선택할지 결정해야 했다.

김호철 감독의 선택은 결국 세터였다. 그는 1일 제주에서 열린 2024~25시즌 V리그 아시아쿼터 여자부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 지명권으로 중국 출신 세터 천신통(30·178cm)을 뽑았다.

천신통은 이번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선수들 가운데 세터 중 가장 기량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터 치고 신장도 큰 편이다.

물론 장신 공격수가 여럿 나온 상황에서 세터를 선택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명세터 출신인 김호철 감독은 팀의 중심을 잡는 세터를 다시 뽑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김호철 감독은 “진짜 고민을 많이 했다. 여러가지를 종합한 결과 세터를 뽑는 것이 안전한 길이라 생각했다”며 “천신통은 지난 시즌 함께 했던 폰푼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토스 정확성이 좋다”고 평가했다.

특히 김호철 감독이 주목한 것은 중국 선수들 특유의 느긋함 또는 대범함이다. 그는 “조금 못해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 괜찮다고 생각했다”며 “오히려 우리 공격수들 입장에선 폰푼보다 천신통의 토스가 더 편안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선수들 특성상 악착같은 면이 안보이는 부분은 다소 걱정되지만 워낙 좋은 테크닉과 피지컬을 가지고 있다”며 “V리그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IBK기업은행의 토스를 책임지게 된 천신통은 한국어도 제법 능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천신통입니다”라며 간단한 한국어 인사도 전했다. 한국 드라마를 좋아해 한국어를 배운 적이 있다는 그는 듣는 것은 더 잘한다고 했다. 영어도 능해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 자신했다.

아버지도 중국 배구선수 출신인 천신통은 “2순위로 뽑힐지 전혀 예상 못했다”며 “기대는 했지만 긴장을 많이 했는데 결과를 받고 나서 감사한 마음이 크게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천신통은 “김호철 감독님이 굉장히 친절해 감동을 받았다”면서 “수준이 높은 구단이라 생각한다. 에이전트도 이 구단은 세터가 필요한 팀이라고 소개해 꼭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김호철 감독 별명이 ‘호랑이’라고 전하자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그 얘기를 들으니 조금 긴장된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명세터 출신 김호철 감독과 만나게 된 천신통은 “감독님이 같은 포지션 출신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굉장히 행운이고 기쁘다”며 “ 한국에서 뛸 기회랄 얻은 것도 큰 기쁨이다. 토스 면에서 많은 지도를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감독님이 내게 좋은 평가를 해준데 대해 감사드린다”며 “전력을 다해 내게 기대하는 부분을 보여주고 싶다. 팀워크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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