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人사이드] 대구 기반 활동 강한뫼 작곡가 “클래식·국악·아이돌 곡까지 작업…사람들에 필요한 음악 만들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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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뫼 작곡가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음악을 하겠다는 생각을 대학생 때부터 갖고 있었다. 이는 지금까지도 어떤 장르를 하겠다고 특정하지 않고, 이것저것 할 수 있었던 동력이었다”고 말했다. 이윤호기자 [email protected]

재원 : 국악이지만 특정 장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대구시립국악단 정기연주회에서 강한뫼 작곡가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받았던 느낌이다.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강 작곡가는 대구시립국악단 악보계 단원, 우리음악집단 소옥 작곡가 겸 건반 연주자 등으로 활동하며 국악, 클래식 등 다양한 분야의 작·편곡에 참여해왔다. 최근에는 SM엔터테인먼트 산하 클래식 음악 레이블 SM 클래식스 소속 작·편곡가로 활동하며 아이돌 그룹 NCT U의 ‘Make a Wish’ 오케스트라 버전 편곡, aespa의 ‘Black Mamba’, EXO의 ‘으르렁’ 클래식 오케스트라 버전 등에 참여했다.

강 작곡가는 가곡을 비롯해 국악, 관현악 등 다양한 분야 콩쿠르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영남대 작곡과 재학 중에는 비수도권 대학생 중 최초로 중앙 음악 콩쿠르 작곡 부문 1위를 하며 주목받았다. 대구오페라하우스 주최 대학생을 위한 창작 가곡제 대상을 비롯해 세일, 두남재,화천 비목 한국 가곡 콩쿠르에 입상했으며, 국립합창단 창작합창곡 공모에도 당선됐다.

지난 22일 그의 작업실 겸 집에서 강 작곡가를 만나 지금까지의 활동과 앞으로 하고 싶은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작곡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피아노를 4세 때 처음 접했고, 학창 시절 내내 피아노와는 늘 함께했다. 중학교 때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를 보고 거기에 나오는 치아키라는 인물에 빠졌다. 치아키가 지휘자로 나왔는데, 그래서 처음에는 지휘자가 되고 싶었다. 아버지에게 이 꿈을 말씀드렸더니 작곡으로 음악의 전반적인 것을 배우는 것이 어떻겠냐고 해서 작곡을 하게 됐다.”

▶매월 그 계절에 어울리는 본인의 가곡 작품을 영상으로 제작해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하는 ‘뫼월지가(뫼月之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워낙 가곡 자체를 좋아한다. 평소 관심 있는 게 3가지인데 첫째는 음악이고, 둘째가 문학이다. 마지막으로는 사람을 통해서 음악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곡이 이 세 가지가 모두 담겨 있는 장르라고 생각했다. 또 평소 어떤 이미지를 생성해 그 이미지에서 파생되는 제 경험에서 굉장히 감각적이고 인상적인 것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주로 해왔기에 가장 나에게는 즐거운 작업 방식이기도 했다. ‘[회신] 윤동주 귀하'(윤동주 시를 가사로 만든 창작 가곡에 영상을 더해 선보인 공연)를 통해 만나게 된 안민호 감독도 가곡에 긍정적이었고, 아마추어로도 성악을 배우고 있었다. 가곡을 영상으로 남기고 싶은 안 감독의 생각과 나의 작곡가로서 음악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방향이 맞아떨어졌다. 그렇게 2022년 5월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20여 개의 작품을 남겼다. 대구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성악가들을 주로 접촉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다는 분들과도 작업해나가고 있다.”

▶시에 곡을 붙일 때 특별히 신경 쓰는 게 있다면.

“시의 해석과는 전혀 무관하게 접근하는 편이다. 시의 감동을 음악으로 담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작곡할 때는 시를 선율이나 음악적인 것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다. 시에서 의성어, 새 소리와 같은 것이 나오면 피아노로 담아내는 식으로 시에 담긴 시상이나 배경이 되는 것을 객관화해 옮겨오려고 한다. 이 노래에 담긴 시적인 해석은 독자의 몫이라 생각한다. 음악인이고 작곡가로서 예술을 음악을 통해 전달하려고 할 뿐이다.”

▶강 작곡가의 곡을 들어보면 국악과 서양 음악의 조화가 느껴진다.

“서양 작곡을 할 때부터 한국적인 것에 관심이 있었다. 서양 음악 작곡을 하면서도 살풀이와 같은 한국적인 소재의 특징을 반영해서 만들어내는 작업을 주로 했다. 시립국악단에서 일한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다만 서양악기와 국악기의 연주방식이나 소위 메커니즘이 다르기 때문에 연구를 거쳐 국악기의 시스템에 맞는 작곡 방식이 필요했다. 또 이 악기들이 가진 음향적인 것도 연구를 통해 재해석해 풀어내야 했다. 전통적으로 전해오는 한국적인 해석이 결국 곡에 반영되어야 했고, 이 때문에 연주자들과의 소통도 너무 중요했다.”

▶SM 클래식스를 통해 아이돌 그룹의 곡을 편곡하는 작업도 해오고 있다.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가.

“SM 클래식스가 처음으로 선보일 곡 리스트를 정해서 편곡자를 찾고 있었다. 가까운 지인이 추천해 작업하게 됐고, 저는 그중 NCT U의 ‘Make A Wish’를 선택했다. 이 작업물을 보여주고 전속 작·편곡가로 제안이 왔다. 아이돌 음악을 편곡하는 작업은 고통스러우면서도 새롭고 재미있는 일이다. 요즘 아이돌 음악 패턴인지는 모르겠는데, 일종의 패턴만 있고 음악이 진행되면서 전자적인 사운드가 바뀌는 정도의 변화가 나타난다. 클래식은 화성적인 것도 변화해야 하고 선율 하나도 다르게 풀어줘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탈바꿈하는 과정이 너무 재밌다. ‘이 정도면 좋아할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고 작품을 선보여도 이미 그 곡을 접해온 분들이 생각하는 건 또 달라서 그 피드백을 듣고 반영하기도 한다.”

▶대구시립국악단 외에도 우리음악집단 소옥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단체에서 활동하는데 그때마다 작곡 방향이 달라지는가.

“음악을 대하는 태도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사람들이 제 곡에서 ‘강한뫼스러움’이 풍긴다는 말을 많이 한다. 나는 여기에 각 장르에 있어 장르다움을 고민해 반영한다. 대중음악이면 대중음악적인 특징을, 국악이면 진짜 국악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반영하며 변하는 것 같다.”

▶지난달 행복북구문화재단 신년음악회에서 예술감독을 맡으면서 지휘도 했다. 앞으로 지휘도 할 계획인가.

“공식적인 무대에서 지휘한 건 처음이었는데, 이렇게 제안이 들어왔을 때 거부감 없이 할 정도는 된 것 같다. 굳이 지휘에 더 마음을 쓰고 싶지는 않은데, 작곡에도 많은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이 서양음악과 국악을 모두 아우르며 활동하고 있는 나에게는 나의 고유한 것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이긴 했다. 서양음악 악기와 국악기의 융합을 음향적·기능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실전으로 경험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이번 달까지 대구시립국악단에서 근무한다고 했는데.

“내가 원하는 대로 시간을 사용할 수 있어야 했기에 퇴사를 결정했다. 양질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온전한 시간이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고, 내가 하고 싶은 예술을 위해 고민하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싶었다.”

▶작곡가로서 이것만은 꼭 하고 싶다는 것이 있다면. 앞으로 작곡해 보고 싶은 분야는.

“대학교 2학년 때부터 마음에 정해놓은 음악에 대한 철학이 있다. 사람들의 필요가 되는 음악을 하는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도 어떤 장르를 하겠다고 특정하지 않고, 이것저것 할 수 있었던 동력이기도 하다. 계속해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그런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까지 해온 음악을 보면 이미지나 문학적인 것들로부터 만들어지는 음악을 선호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영화 음악이나 영상과 관련된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 사람들의 마음을 이완시킬 수 있는 그런 음악도 만들어보고 싶다.”

최미애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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