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점퍼’ 바꿔 입은 정치인들의 ‘처참한’ 성적표

큰사진보기 ▲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힘에 입당해 총선을 치른 김영주 후보 ⓒ 김영주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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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점퍼에서 빨간색 점퍼 혹은 에머랄드·주황색 점퍼로 갈아입은 정치인들의 22대 국회의원선거 성적표는 어땠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이번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뒤다른 정당으로 출마한 후보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일부 탈당 의원들은 ‘선출직 평가 하위 20%’를 받거나 컷오프 등 공천 배제를 이유로 당적을 옮겼습니다.

[민주당→국민의힘] 김영주, 4년전 얻은 표엔 ‘민주당 프리미엄’ 포함?

영등포갑에 출마한 김영주 후보는3월 4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입당식에서 “정치인은 국가 발전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한 도구로 쓰여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직격했습니다. 며칠 사이로 당 이름과 글씨 색깔이 바뀐 현수막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김영주 후보는 개표 결과, 41.67% 득표율을 기록해 54.33%를 얻은 민주당 채현일 후보에게 패배했습니다.김 후보는2004년 17대 국회 비례대표 당선 이후 서울 영등포갑에서만 내리 3선을 한 4선 의원이자 국회부의장이었습니다. 이번 총선 결과를 보면당산 2동과 신길 3동에서만 400표 미만으로 패배했고, 그 외 지역에서는 모두 채현일 후보보다 1000표 이상 뒤졌습니다.

4년 전으로 돌아가 봅시다. 21대 총선에서김 후보의 득표수는 7만 2445표였고, 문병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는 4만 9292표를 얻었습니다. 이번 총선에선 채현일 후보가 7만 3163표를, 김 후보가 5만 5913표를 득표했습니다. 단순 득표수만 비교해 보면 과거 김 후보가 얻은 표에는 ‘민주당 프리미엄’이 포함됐다는 분석도 가능합니다.

김 후보는 패배가 확정된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의 잘못된 공천을 알리고자 국민의힘으로 출마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며 “제가 어려울 때 저를 영입해 손을 잡아준 국민의힘에 감사하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국민의힘] 이상민, 지난 총선과 엇갈린 득표율
큰사진보기 ▲ 이상민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힘에 입당에 대전유성을 선거구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 이상민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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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후보는 지난해 12월에 민주당을 탈당했습니다. 그를 따라 민주당 대전시당 당원 일부와 민주당 소속 구의원 2명도 탈당했습니다. 이 후보는 김영주 후보에 비해 국민의힘 입당에 훨씬 적극적이었습니다.

이 후보는 2023년 12월 6일 TV조선 유튜브 <강펀치>에 출연해 ‘국민의힘으로부터 영입 제안이 없었냐’라는 질문을 받자”전화가 없다. 김기현 대표는 언론에만 얘기하지 말고 전화라도 한통 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은뭐하는 겁니까? 인재가 여기 이렇게 있는데”라고도 했습니다. 이 후보의 마음이 통했던 걸까요? 그는 탈당 1개월 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만났고 이후 국민의힘에 입당했습니다.

이 후보는 대전 유성에서 내리 5선을 했습니다. 그는 17·18대를 제외하면 19·20·21대 총선에서는 5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을 탈당한 그를 향한 유성구의 표심은 냉정했습니다. 이 후보는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21대 총선에선 55.85%를 득표했지만 국민의힘 소속으로 나선 22대 총선에서는 37.19%를 득표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후보의 득표율은 21대 총선에서 김소연 미래통합당 후보가 얻은 37%와 비슷했습니다.

누리꾼들은 이상민 후보가 민주당에 남았다면 상임고문으로 추대받아 정치여정을 마무리할 수도 있었는데, ‘금배지’를 한 번 더 달려는 욕심에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당 →새로운미래·개혁신당] 처참한 성적표
큰사진보기 ▲ 민주당에서 탈당한 (좌)이낙연, 김종민, 홍영표, 조응천 후보 ⓒ 각 후보 SN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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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에서 탈당한 이들 중에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새로운 미래’에 합류한 후보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성적표는 처참했습니다.

광주 광산을에 출마한 이낙연 후보만 1만7237표로 겨우 13.84%를 득표했을 뿐 부천을 설훈(9087표, 6.15%), 부평을 홍영표(1만1399표, 8.25%), 대전대덕 박영순 (5824표, 6.01%) 후보는 모두 10% 미만의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새로운미래 후보 중 유일하게 세종갑에 출마한 김종민 후보가 당선됐지만, 이영선 민주당 후보가 갭투기 의혹으로 공천이 취소돼 어부지리로 금배지를 달았습니다.

개혁신당으로 당을 옮긴 이들의 성적표도 새로운미래와 비슷했습니다. 이원욱 후보는 경기 화성정에 출마했지만 1만 344표(9.22%)에 그쳤고, 남양주갑 조응천 후보도 1만 5003표(13.18%)로 3위를 기록했습니다.

민주당 탈당파들의 22대 총선 결과를 지난 21대 총선과 비교해보면 민주당이라는 당적이 선거 당락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같은 결과는 윤석열 정부의 실정과 그에 따른 ‘정권심판론’의 대두라는 배경 속에서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선택한 측면도 있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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